'일을 잘한다는 것'의 저자 야마구치 슈.
그간 내가 걸어온 삶의 궤적이 이탈이나 낙오가 아닌 "개척"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오랫동안 우리 사회는 윗사람이 제시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을 필요로 했다. 대기업이 그렇게 만들어졌고 존속되었다. 성공의 선례를 지닌 사람은 반드시 혜안을 가지고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주적으로 맥락을 고려하고 지휘하는 힘을 기르려야 기를 수 없었던 것이다. 이미 그것은 한참 과거의 일이다. 이제는 집단이 무너지고 개인이 활약하는 시대이다.
독립출판, 유튜브 촬영, 독자적인 감성을 필두로 한 카페들과 자그마한 브랜드들. 인기의 척도와 흐름을 판별하기에 가장 좋은 수단인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만 봐도 이미 판도는 훌쩍 뒤바뀌었다. 특히나 이런 변화는 초기 해방촌, 경리단길에서 망원동으로, 송리단길로의 지리적 변화로 대두된다고 생각하는데, 그 중심을 드나드는 젊은 사람으로서 새로이 눈을 트지 못하고 기성의 성공 프레임에 나를 끼워 맞추고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하여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야마구치 슈는 세계 1위 경영·인사 컨설팅펌 콘페리헤이그룹의 시니어 파트너.
게이오 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미학미술사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일본 최대 광고 회사 덴쓰(電通)를 시작으로 보스턴컨설팅그룹(Boston Consulting Group)과 AT 커니(A.T. Kearney)를 거쳐 조직 개발, 혁신, 인재 육성, 리더십 분야의 전문 컨설턴트로 자리매김했다.
현장에서 철학적 사고로 문제를 해결해 온 경험을 살려 유수의 비즈니스 스쿨에서 ‘지적 생산기술’, ‘지적 전략’을 가르쳐 왔다.
2,000명이 넘는 기업인이 그의 강의를 들었고 이 강의를 통해 인문 지식을 현업에 적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극찬했다.
1. 오픈 이노베이션이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
: 간단히 말해 오픈 이노베이션은 조직 내부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조직 외부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모색하는 구조다. 이는 자신들의 능력만으로는 답을 낼 수 없는 문제를 외부의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해결하려는 사고방식이다. 이때 문제, 즉 '어젠다'를 설정하는 주체는 어디까지나 자신들이고 외부로부터는 해결책만을 얻고 싶어 할 뿐이다.
2. 현재의 풍경은 누군가가 내린 결정의 집적이다.
: 뉴타입은 예측이 아니라 구상을 한다. '미래가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 대신에 '미래를 어떻게 하고 싶은가?'를 고민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우연이 쌓이고 겹친 결과물이 아니다. 어디선가 누군가가 내린 의사결정이 축적되어 현재의 풍경이 그려진 것이다. 마찬가지로 미래는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므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는 '미래가 어떻게 될까?'가 아니라 "미래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다.
3. 의욕은 의미에 따라 증감된다.
: 경원 자원인 사람, 물자, 돈 가운데 사람만이 지닌 최대의 특성은 "가변성"이다.
물자나 돈은 주어진 양이 변하지 않지만, 사람의 능력은 리더가 어떻게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사람이 발휘하는 능력과 역량은 그에게 주어진 "의미"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능력과 역량은 배경이나 상황에 따라 크게 변화하는 동적인 개념이다.
4. 하고 싶은 일에 철저하게 집중한다. <한계비용 제로>
: 마케팅은 '세상에 이런 물건을 내놓고 싶다'는 바람을 실현하는 도구로서는 상당히 강력하다. 인간이 주체가 되어 '무엇을 세상에 내놓을까(what)'을 결정하고, '어떤 방법으로 내놓을까(how)'에 관해서는 마케팅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현재 대다수의 기업에서는 이런 관계가 역전된 경우가 많다. 즉 '무엇을 내놓을까(what)'을 빅데이터로 결정하고 '어떻게 내놓을까(how)'를 인간이 생각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5. 로컬X메이저 → 글로벌X리치
: 위에서 언급한 <한계비용 제로>로 전 세계에 제품을 알리는 것이 가능해졌다. (SNS를 이용하면 무료로 광고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야마구치 슌이 정의하는 의미 있는 상품
- 기능적 편익보다는 정서적 편익과 자기실현적 편익을 추구한다.
- "도움이 되는" 상품 시장에서는 승자독식의 현상이 나타나는 반면, "의미가 있는" 상품 시장에서는 다양성이 발생한다.
- 편의점 선반에서 스테이플러나 테이프 같은 문구류들은 한 종류가 두세 개씩 진열된 게 전부인데 반하여 담배는 200종류 이상의 것이 진열되어 있다.
➡️ 개인의 기호는 곧 "의미"를 뜻하기 때문이다. 말보로 레드를 피우는 사람과 세븐스타를 피우는 사람이 있는 것 말이다.
6. 뉴타입의 리더십 : 목적과 이유는 왜 중요한가
: WHAT도 WHY도 모른 채 행동하면 사람은 '의미'를 느낄 수 없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죽음의 집의 기록>에서 묘사한 바 "양동이의 물은 다른 양동이에 옮겼다가 다시 원래의 양동이로 옮기는 일"처럼 전혀 의미를 느낄 수 없는 일이야말로 가장 가혹한 강제노동이라고 지적하며 인간이 며칠 동안 이런 일을 계속한다면 아마도 미칠 거라고 했다. 의미가 없는 노동은 아무도 버티지 못할 것이라 덧붙였다. 인간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은 노동의 "양"보다 "질"이다.
📍현재 과잉한 것과 희소한 것
7. 현자란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사람
: 스피노자는 "본래의 자신다운 모습으로 있으려는 힘"을 코나투스라고 불렀다. 이는 라틴어로 '노력, 충동, 경향, 성향'이라는 듯이다. 이에 대치되는 개념으로는 에이도스가 있다. 이는 겉모습이나 지위 등의 형상을 뜻하는 그리스어다.
➡️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 자체가 좋거나 나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코나투스와의 조합에 따라 좋고 나쁨이 결정된다.
➡️ 현자란 자신의 코나투스가 무엇에 의해 높아지고 무엇에 의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지를 파악해 결과적으로 인생을 행복하게 운영하는 방법을 터득한 사람이다.
🔐 변화가 극심하고 좋고 나쁨에 대한 관념이 폭력적으로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시대일수록 더욱더 자신의 코나투스를 높여줄 일을 다양하게 시도해야 한다.
🔖 책 속 인용구
여가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풍요로운 시대가 도래한다고 생각했을 때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국가나 개인은 없을 것이다. 오랜 세월 사람들은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가르침만 받았지, 즐기는 방법은 배우지 못했다. 특히나 별다른 재능이 없는 평범한 사람에게 여유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두려운 문제다. - 존 메이너드 케인스 <설득의 에세이>
학부생 때 철학을 전공한 저자라서 그런가, 자기 계발 서적임에도 인문학적 따스함이 느껴졌다. 분명 내 일상을 변화시켜 일 잘하는 총명한 사람이 되고자 인사이트를 얻으려 읽은 책이었는데. 위로를 더 얻었다. 사회에서 맹목적으로 제시하는 성공의 기준이 아니라, 안에서 밖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 자신에게 맞는 코나투스를 발견하고 본인이 만족하는 삶을 살 수 있는 내실이 튼튼한 사람이 되도록.
도무지 미래를 계획할 수 없을 것 같던 내게 한 줄기 희망이 되어줬던 사람이 "일을 잘한다는 것"을 알려줬고 덕분에 이 책 <뉴타입의 시대>를 읽었다. 삶에서 흔히 만나던 부류의 사람이 아니었던 터라, 새로운 자극의 매개가 되어준 것 같다. 그때 내게는 응원이 필요했고, 새 비전이 필요했다. 내 니즈에 부합하는 사람의 등장이었던 것이다. 김경일 교수는 사람이 want와 like를 구분하여 그에 맞는 선택을 할 때에야 비로소 행복할 수 있다고 했다. 내게 필요했던 요소를 가진 그 사람을 나는 과연 like 했을까? 답은 아닌 것 같다. 그가 가진 내게 없는 것들을 관계를 지속하며 목전에 두고 있다면 마치 내가 그것을 가진 것처럼 느끼는 착각. 자기 암시. 그런 것들이 지지부진한 날들을 연속케 했던 거 아닐까?
마음에 드는 가방을 사면 가방에 맞는 옷을 사야 한다. 그래야 그 가방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으니까. 마음에 드는 옷을 사면 조화로운 신발과, 안경, 그리고 향수까지 새로 맞추어야 한다. 이것은 야마구치 슈의 말마따나 목적을 밖에 두고 아등바등하는 것과 다름없다. 방 안에 조 콜롬보의 조명을 들이면 그 조명 하나를 위해서 침대 커버와 벽지를 바꿔야 한다. 차근차근 모든 게 완벽히 갖추어졌을 때에야 비로소 조 콜롬보의 진가가 발휘되는 것이니까. 그 사람을 생각하면 내 방엔 어울리지 않는 조명을 들여놓고 여태까지 잘만 지냈던 방이 초라해 보인다며 속상해하는 내 모습이 그려진다.
이별을 감행하고 흔들리는 마음의 기반을 다잡을 수 없어 몇 달 전에 읽고 정리해둔 <뉴타입의 시대>를 포스팅했다.
하나씩 다시 세워가면 된다. 나만의 코나투스를 찾아서 비틀어진 규칙을, 삶의 조각들을 재정비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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